최근 건설업계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다양한 목소리로 매우 활발한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다.

건설산업 기본법 개정으로 겸업제한 철폐라는 엄청난 변화가 예견되고 있으며 입·낙찰 제도 분야에서도 보다 다양한 형태의 설계·시공 일괄 낙찰자 결정 방안의 도입으로 업계의 기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정책적 대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 중에 특별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제도가 있다.

순수내역입찰제의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오래 전부터 학계를 비롯한 산업계에서 동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요구해 오던 것을 이번에 정책 당국이 전향적으로 이를 수용하여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순수내역입찰제란 발주자가 제공한 도면, 시방서 및 지질조사 자료 등 입찰 견적에 필요한 기초자료들을 활용하여 입찰자가 입찰을 위한 물량을 스스로 산출하고 이렇게 산출된 물량 내역서에 가격을 더하여 입찰하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현행 설계·시공 일괄 입찰에서 입찰자 자신이 마련한 설계에 기초하여 입찰에 필요한 물량 내역서를 산출하는 방식이 바로 순수내역입찰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순수내역입찰제의 도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매우 높은 것 또한 현실이다.

먼저 견적능력은 이미 보편화 되어 개별 업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체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견적능력을 가리기 위해 견적 인력조직을 대폭 보강하고 필요한 인원을 항시 유지해야 하는 것은 엄청난 낭비 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견적 업무를 외부 제3의 견적 컨설팅 전문업체에게 아웃 소싱하는 방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견적능력 향상을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순수내역입찰제 도입의 근본 취지가 완전히 훼손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발주처나 용역회사를 통하여 설계 물량 내역서를 입수하기 위해 개별 업체별로 엄청난 로비를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하여 잡음이 생길 개연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예상되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순수내역입찰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건설 산업은 기술 산업이다.

건설 산업의 발전은 기술경쟁력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기술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건설 산업은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현행 내역입찰제는 기술경쟁이 아닌, 철저한 가격경쟁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점이 바로 순수내역입찰제를 도입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인 것이다.

순수내역입찰제 도입과 관련하여 심도 있게 고려되어야 할 사안들을 살펴보자.

입찰자가 제시한 물량내역서 상의 공종 및 물량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할 것인가.

기술적 대안 제시는 허용돼야 하는가. 허용할 경우 어느 범위와 수준까지 하여야 할 것인가.

물량증감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 것인가.

설계 변경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 것인가. 낙찰자 결정을 위한 합리적인 평가 시스템 방안은 어떻게 마련하고 운영할 것인가.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성공적인 도입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순수내역입찰제의 도입을 위해서는 미처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산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여 정책당국은 도입에 완급을 조절하는 배려를 하여야 할 것이다.

도입대상 공사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초대형 공사부터 시작하여 점차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기술적 대안제시 허용 또한 우선 가시설 부분과 공정 관리 계획 부분 등으로 국한하여 실시함으로써 도입 초기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순수내역입찰제의 성공여부는 발주자의 합리적이고 소신 있는 평가를 실시 이러한 평가 결과에 대한 입찰자의 깨끗한 승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입찰제도도 이해당사자인 발주자와 입찰자간의 파트너쉽에 바탕을 둔 상호 신뢰와 이해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순수내역입찰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운영함으로써 한 단계 더 높은 성숙한 입찰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출처 : 한국건설신문 - 천길주 상무 (현대건설) -